“제안한 업체들이 그놈이 그놈이다.”

고객이 이렇게 느끼면, 영업은 가격과 접대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여러 제안서를 비교한 뒤 차별화된 남색 제안서를 집어 선택하는 고객을 표현한 이미지

고객이 제안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때

예산 1억 원짜리 프로젝트에 여러 업체가 제안서를 냅니다. 그런데 고객 눈에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업체를 선택해도 비슷하다면, 다른 기준이 끼어들기 쉬워집니다.

누가 더 싸게 해주는지. 누가 더 친한지. 누가 더 잘 챙겨주는지.

극단적으로는 “그래서 누가 나한테 소고기 사줄 건데?”로 흐를 여지도 생깁니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를 제안 안에서 찾지 못하면, 영업은 제안 밖의 요소에 기대게 됩니다.

저도 ‘차별화할 게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 업계는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제품이 비슷해서 차별화할 게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중국 장비를 팔았습니다. 업계 1위 경쟁사도 중국 장비를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그 회사 장비와 우리 장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제조사에 물어봐도 “거기서 거기”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만드는 회사도 비슷하다는데, 영업사원이 무슨 차별화를 하겠습니까.

차별점은 A4 다섯 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퇴사하기 전, 저는 우리와 경쟁사의 차별점을 A4 용지 다섯 장 분량으로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차이가, 공부하고 비교할수록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차이점을 많이 적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가 어떤 고객에게 유리한지. 고객의 어떤 걱정을 덜어주는지. 그 주장을 무엇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

여기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고객이 선택할 이유가 됩니다.

차별화 포인트는 정보수집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디서 찾을까요. 저는 정보수집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품 소개서만 들여다보면서 차별점을 찾으려 하면, 소개서에 적힌 사양 주변에서만 생각하게 됩니다.

고객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지금 무엇이 불편한지.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 예정인지. 경쟁사는 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런 정보가 들어와야 같은 제품도 다른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보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고객과 나눈 대화, 각종 뉴스 기사, 고객사의 공식 발표, 경쟁사 자료, 제조사와 기술 담당자의 설명을 함께 모아야 합니다.

제품을 아는 것과 고객의 상황을 아는 것이 만날 때, 고객에게 의미 있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고객의 말에서 구매 기준을 찾아야 합니다

미팅에서 고객이 하는 말은 중요한 정보입니다. 반복해서 묻는 질문, 기존 제품을 쓰며 겪는 불편,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기록해 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납기가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언제까지 필요한지, 그 시점을 넘기면 어떤 일정에 문제가 생기는지까지 물어봐야 합니다. “유지보수가 걱정입니다”라고 한다면, 고장 빈도와 수리 시간 중 무엇이 더 큰 문제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대응해야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말도 더 들어봐야 합니다. 예산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 경쟁사와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것인지, 내부에서 추가 비용을 설명할 근거가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다음 제안이 달라집니다.

같은 제품을 두고도 실무자는 사용의 편리함을, 관리자는 일정과 운영의 안정성을, 구매 담당자는 비용과 계약 조건을 더 궁금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누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질문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의 말을 “좋은 제품을 원한다” 정도로 뭉뚱그리면 차별화의 실마리를 놓칩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지까지 알아야 우리 제품의 어떤 차이를 꺼낼지 정할 수 있습니다.

뉴스 기사와 공개자료에서 고객의 변화를 읽습니다

고객이 직접 말해주는 정보만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사와 업계의 뉴스 기사, 홈페이지의 공지와 공식 발표, 사업보고서, 채용공고, 공개된 입찰자료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장 증설, 새로운 제품 출시, 해외 진출, 특정 직무의 채용 같은 소식은 고객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생각해 볼 단서입니다. 기사 제목만 저장하고 끝내기보다, 그 변화가 고객의 업무와 우리 제안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질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공장을 증설한다는 기사를 봤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확인할 것은 설비 도입 일정, 기존 시설과 달라지는 운영 조건, 생산량 변화에 따른 검사 업무, 설치 과정에서 예상하는 어려움 등입니다. 우리 사업과 관련된 항목부터 다음 미팅에서 확인하는 겁니다.

다만 공장 증설 소식만으로 “우리 장비를 살 것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기사에 나온 사실과 내가 추정한 필요를 구분해야 합니다. 발표 시점과 실제 진행 상황도 확인하고, 고객의 답을 통해 가설을 좁혀가야 합니다.

뉴스는 고객을 다 안다고 말할 근거가 아니라, 고객에게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재료입니다.

경쟁사와 우리 제품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카탈로그의 대표 사양만 보면 비슷해 보이는 제품이 많습니다. 비교할 때는 매뉴얼, 설치 조건, 실제 제공 범위, 유지보수 방식, 지원 조건처럼 고객이 사용하면서 마주칠 항목까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제조사에 물어볼 때도 “경쟁사와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사용 조건에서 차이가 생기는지, 옵션을 포함한 비교인지, 그 설명을 확인할 자료가 있는지까지 질문해야 비교의 근거를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객의 말, 기사, 경쟁사 홍보자료 중 어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기사에서 본 내용은 가능하면 원래 발표를 확인하고,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주장은 적용 조건과 근거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영업 담당자가 들은 이야기를 기술 담당자의 설명과 맞춰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인지 함께 남겨두면 나중에 다시 확인하기도 수월합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추정을 나눠 두어야 제안의 근거로 쓸 수 있습니다.

모은 정보를 고객의 선택 이유로 연결해야 합니다

정보가 쌓였다고 차별화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의 상황과 우리 제품의 특성을 연결하고, 그 연결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팅에서 설치 과정의 업무 중단이 가장 큰 걱정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안에서는 설치 순서, 사전 준비 범위, 고객이 해야 할 일, 현장 대응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 내용과 확인 가능한 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이 고객에게는 최고 성능을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걱정하는 설치 과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했는지가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이 비슷해 보여도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준비한 내용에서 제안의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확인한 사실 → 고객에게 생기는 문제 →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대응 → 그 대응을 믿을 근거. 이 연결이 제안서에 보여야 합니다.

수집한 정보가 우리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 부분까지 인정하고, 어떤 고객과 어떤 조건에서 우리의 강점이 의미 있는지 골라내야 합니다. 차별화는 모든 항목에서 우리가 낫다고 주장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래서 저는 “차별화가 안 된다”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우리 제품을 얼마나 깊이 알고 있는지. 경쟁사의 제품은 어디까지 살펴봤는지. 고객의 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들었는지. 기사와 공개자료에서 발견한 변화를 실제 고객의 상황과 연결해 봤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차이가 없다”는 말 뒤에 제 공부 부족이 있었습니다.

고객을 만나고, 자료를 읽고, 질문하고, 비교하고, 다시 확인하는 일. 차별화된 제안은 그 과정을 거쳐야 구체적이 됩니다.

“우리 업계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공부를 멈추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B2B 영업 강의·컨설팅 문의: jhpark@hdsaleslab.kr

#B2B영업 #기술영업 #영업전략 #차별화 #솔루션영업 #하담세일즈랩

네이버 블로그에 2026.11.02 처음 게시한 글을 홈페이지 칼럼으로 옮겼습니다. 원문 보기 (새 탭)

함께 읽을 칼럼

전체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