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제품도 잘 팔아야 진짜 영업사원일까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영업은 물건만 파는 일이 아닙니다. 제품과 솔루션, 나 자신과 신뢰까지.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이유를 모두 함께 파는 일입니다.

‘나를 판다’, ‘신뢰를 판다’, ‘솔루션을 판다’는 말은 모두 맞습니다. 다만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대신해주지는 않습니다. 믿음직한 사람이 판다고 부족한 품질이 사라지지 않고, 제품이 좋다고 불성실한 대응을 고객이 받아줘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영업사원이 제품의 내부 구조를 공개하고 고객과 함께 품질을 확인하는 모습을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신뢰를 얻어 팔았는데, 제품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고객이 영업사원을 믿고 제품을 샀다고 해보겠습니다. 설명도 진솔했고, 질문에 답하는 태도도 좋았습니다. 고객은 ‘이 사람이라면 믿고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약속했던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던 기능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구매 전에 해결해주겠다고 했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를 팔고 신뢰를 팔았으니 영업을 잘한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준 신뢰는 계약서에 서명을 받는 데 쓰고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신뢰에 맞는 결과를 제공할 책임이 따라옵니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나 문제는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던 한계를 숨겼는지,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확정적으로 약속했는지, 문제가 생긴 뒤 어떤 태도로 해결에 나서는지입니다.

고객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겨서 팔았다면, 그것은 고객의 신뢰를 이용한 일입니다. 저는 그런 판매를 좋은 영업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제품은 좋은데, 영업사원을 믿을 수 없다면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성능과 가격은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면 답을 피하고, 방문할 때마다 설명이 달라집니다. 납기는 가능하다고만 하고 근거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합니다. ‘계약하고 나면 연락이 잘될까?’,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까?’, ‘지금 하는 약속을 정말 지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B2B에서는 제품을 들여온 뒤 설치하고, 기존 업무와 연결하고, 내부 사용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은 제품의 성능과 함께 그 과정을 맡길 수 있는 상대인지도 판단합니다.

그래서 전문성과 성실함은 제품 바깥에 붙이는 장식이 아닙니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고, 도입 이후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거래의 일부입니다.

최소한의 품질은 고객이 하려는 일을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제가 말하는 최소한의 품질은 모든 제품이 최고 사양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고객이 하려는 일을 수행할 수 있고, 약속한 범위 안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능이 적어도 고객에게 충분한 제품이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해도 사용 목적에 잘 맞는 제품이 있습니다. 반대로 업계에서 평가가 좋은 제품이라도 특정 고객의 환경이나 요구에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연속으로 사용해야 하는 고객에게, 짧은 시간씩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제품을 제안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제품 자체에 결함이 없더라도 그 고객의 용도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때 영업사원이 해야 할 일은 고객의 사용 조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연속 사용 시간, 작업량, 운영 환경, 지원 범위를 따져보고 현재 제품으로 가능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막연히 ‘다 됩니다’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에는 그 제품을 제대로 쓸 고객을 찾는 일도 포함됩니다.

한계를 설명하는 것도 영업 실력입니다

제품의 한계를 설명하면 계약을 놓칠 것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구매 전에 알아야 할 내용을 감추면, 계약 이후에 더 큰 문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기본 구성으로 가능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작업량에서는 추가 구성이 필요하고, 그 경우 비용과 납기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고객은 조건을 이해한 상태에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직 검증하지 못한 내용이라면 ‘가능합니다’라는 말 대신 ‘현재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조건으로 검토한 뒤 언제까지 답변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확인해서 약속한 시점에 답해야 합니다.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말로 덮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구성 변경, 작업 방식의 조정, 교육이나 지원 범위의 보완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도 고객의 필수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면 지금은 판매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고객에게 모든 제품을 팔 수는 없습니다.

B2B에서 고객은 자신의 업무와 신뢰를 걸고 선택합니다

영업사원에게는 계약 한 건이지만, 담당자에게는 자신의 업무와 성과가 걸린 결정입니다. 왜 이 업체를 선택했는지 내부에 설명해야 하고, 도입 이후 문제가 생기면 직접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나를 믿고 선택했다는 말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있습니다. 나에 대한 호감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설명한 내용과 약속을 근거로 고객이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계약 전에 고객이 기대하는 결과와 실제 제공 범위를 맞춰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포함되는지, 추가 비용이 생기는 조건은 무엇인지, 고객이 준비할 것은 무엇인지, 문제가 생기면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까지 말입니다.

영업사원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확인해야 할 사람에게 확인하고, 약속한 내용을 전달하고, 고객이 다음 상황을 알 수 있게 설명하는 책임까지 내려놓아서는 안 됩니다.

계약 이후에도 ‘잘 샀다’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저는 계약서에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영업을 평가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사용한 뒤에도 ‘이 사람에게 사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 전에 고객의 목적을 확인하고, 판매할 때는 가능한 범위와 한계를 정확히 설명하고, 판매 이후에는 약속한 내용이 실행되는지 챙겨야 합니다. 신뢰와 품질, 솔루션과 책임이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합니다.

다시 구매할 일이 없는 고객도 있습니다. 그러니 고객이 됐다는 사실을 재구매 여부 하나로만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거래가 끝난 뒤에도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필요할 때 다시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남는지가 중요합니다.

‘형편없는 물건도 잘 팔아야 진짜 영업사원이다’라는 말에 제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말솜씨와 관계로 밀어 넣는 일은, 영업사원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품질을 갖춘 제품에 영업사원의 전문성과 성실함, 약속을 지킬 책임을 담아 판매하는 것. 저는 그것이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형편없는 제품을 속여 팔아 매출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구매자는 만들어도, 고객은 만들 수 없습니다.

B2B 영업 강의·컨설팅 문의: jhpark@hdsaleslab.kr

#B2B영업 #기술영업 #솔루션영업 #고객신뢰 #고객관리 #영업교육 #하담세일즈랩

네이버 블로그에 2026.11.05 처음 게시한 글을 홈페이지 칼럼으로 옮겼습니다. 원문 보기 (새 탭)

함께 읽을 칼럼

전체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