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에게는 “이 프로젝트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능력도 필요합니다.
영업을 하다 보면 포기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수주하면 오히려 손해가 나거나, 경쟁 구도를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우리 회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도덕적·윤리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어느 프로젝트에 들어가고, 어느 프로젝트에서 빠질지 판단하는 것 역시 영업사원의 중요한 능력입니다.

1. 수주한 뒤의 손익까지 봐야 합니다
매출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프로젝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격을 맞추기 위해 할인하고, 추가 개발을 약속하고, 설치와 교육을 늘리다 보면 계약 이후에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견적서에 드러나는 비용뿐 아니라 실제 투입될 인력과 시간도 살펴야 합니다.
특히 고객이 요구하는 범위가 계속 늘어나는데 가격과 일정은 그대로라면, 그 조건으로 수행했을 때 무엇이 남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계약을 따내는 순간의 실적과 프로젝트를 끝낸 뒤의 결과를 함께 보는 것입니다.
전략적인 이유로 단기 수익이 낮은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얻기 위한 투자인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은 어디까지인지 내부에서 합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단 따고 보자”는 말만으로 그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2.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미 고객의 요구 조건과 평가 기준이 특정 경쟁사에 유리하게 잡힌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안서만 열심히 쓰면 결과를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경쟁할 수 있는 지점이 실제로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고객이 경쟁사를 선호한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객이 중요하게 보는 기준을 파악하고, 우리 제품의 강점이 그 기준에서 의미가 있는지, 대안을 제안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확인할 기회조차 없고 조건을 바꿀 근거도 없다면, 계속 투입할 시간과 비용을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영업사원은 왜 승산이 낮다고 보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확인한 요구 사항, 경쟁사의 강점, 우리 제품이 대응하기 어려운 조건을 정리해야 합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추정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내부에서도 판단의 근거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3. 우리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프로젝트인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이번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개발 인력과 생산 일정, 설치·서비스 역량을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 회사가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중요합니다.
영업사원이 먼저 약속하고 나중에 실무 부서가 방법을 찾게 만드는 방식은 위험합니다. 필요한 기능을 언제까지 구현할 수 있는지, 고객이 요구하는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지, 납품 후 지원까지 가능한지 관련 부서와 확인해야 합니다.
조건을 조정하면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납기를 나누거나, 제공 범위를 줄이거나, 검증된 대안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그런 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회사가 약속을 지킬 수도 없다면, 참여를 멈추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4. 도덕적·윤리적 기준은 실적과 바꿀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성능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능하다고 약속해야 한다면 그 거래를 다시 봐야 합니다. 고객이나 회사에 중요한 조건을 숨겨야만 성립하는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적이 급할수록 이런 기준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신뢰와 이후에 감당해야 할 문제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영업사원은 매출을 만드는 과정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내부에 설득해야 합니다
“이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한마디만으로는 회사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왜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나은지, 어떤 조건이 바뀌면 다시 검토할 수 있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추가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인력, 고객이 요구하는 납기, 예상 수익, 경쟁사 대비 부족한 조건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 자원을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했을 때 어떤 기회가 있는지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현재 실적과 앞으로 남아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가능성이 낮은 한 건에 매달리는 동안, 우리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 다른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사원의 시간뿐 아니라 기술·생산·서비스 부서의 시간도 회사의 자원입니다.
내부 설득은 막연한 낙관이나 비관을 줄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고객의 요구와 시장 흐름, 경쟁사 동향, 회사의 역량을 종합해서 “왜 이 선택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6. 계속할 것인가, 조건을 바꿀 것인가, 멈출 것인가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는 이 세 가지 선택을 함께 놓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조건으로 계속 추진할 수 있는지, 가격·범위·일정을 조정하면 가능한지, 지금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판단은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의 예산과 요구가 달라지거나,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생산 여건이 바뀌면 선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참여했고 왜 중단했는지를 기록해 두는 것이 다음 판단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런 능력은 멘트 하나를 배우거나, 스킬 하나를 익히거나, 한 번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격과 시장의 흐름, 내부 상황과 경쟁사의 움직임, 현재 실적과 앞으로 남은 기회를 꾸준히 연결해서 봐야 합니다.
영업사원은 어느 프로젝트에 회사의 자원을 투입할지 판단하고, 그 선택을 내부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을 설득하는 순간부터 계약 이후의 수행까지, 영업의 흐름 전체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들어가야 할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멈춰야 할 프로젝트에서는 멈출 수 있는 것. 저는 그것도 영업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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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2026.10.23 처음 게시한 글을 홈페이지 칼럼으로 옮겼습니다. 원문 보기 (새 탭)